이번에 설 연휴를 맞아서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나온 곳들을 직접 걸어보는, 말 그대로 ‘성지순례’였다. 내가 좋아하는 페르소나 5의 배경인 산겐자야, 시부야, 아키하바라와 용과 같이 시리즈의 주된 무대 가부키초, 그리고 너의 이름은의 마지막 계단 장면, 스즈메의 문단속에 등장하는 오차노미즈의 교차 철길, 체인소맨 레제편의 까페와 골목길들 슈타인즈 게이트의 아키하바라 라디오회관 등등 여러가지 장소들을 알차게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왜 많은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삼는가?
나는 이 질문을 ‘세계관 설계’와 ‘플레이어 경험 설계’의 관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현실 장소는 “설명 비용”을 줄여준다
창작에서 가장 비싼 자원은 ‘설명’이다. 플레이하거나 보는 사람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설명시키고 납득시키는데는 그만큼의 노력이 또 필요하게 되며, 새로운 세계를 만들면, 그 세계의 규칙·문화·지리·생활 양식을 모두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장소를 쓰는 순간:
- 시부야 = 젊음, 번화가, 스크램블 교차로
- 아키하바라 = 오타쿠 문화, 전자상가
- 가부키초 = 유흥가, 어두운 뒷골목
이런 이미지는 이미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선행 데이터로 저장되어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외국인인 나는 이 장소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어 배워야 했지만) 개발자는 이를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페르소나 5는 도쿄의 실제 지형을 기반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지하철 노선을 이해하기 위해 튜토리얼을 길게 듣지 않아도 된다. “페르소나 5의 도시 도쿄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는 설정이 즉시 납득된다.
👉 기획 의도: 세계관 설명 비용을 최소화하고, 감정 몰입에 리소스를 집중하기 위함
2. 리얼리티는 감정의 무게를 강화한다
허구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내가 실제로 가본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체감이 다르다.
- 용과 같이에서 가부키초를 모델로 한 카무로쵸를 걷는 경험
- 너의 이름은의 마지막 계단을 실제로 올라가 보는 경험
이러한 창작물 속에서 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현실과 허구가 겹쳐지는 지점이다.
현실 장소를 사용하면, 작품은 하나의 ‘가능한 세계’가 된다. 이는 게임에 대한 현실성을 높여주어 몰입감을 높혀준다.
예를 들어 페르소나 5에서 “저기 어딘가에 진짜 괴도가 있을지도 몰라” 같은 상상이 작동한다.
👉 기획 의도: 플레이어의 현실 감각을 작품 세계로 확장시키는 장치
3. 공간은 캐릭터의 정체성을 만든다
이러한 창작물에서 공간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캐릭터의 일부다.
- 산겐자야의 조용한 골목 → 갑자기 낯선 도시로 오게된 주인공의 고독
- 아키하바라 → 오카베 린타로의 기계 오타쿠적인 면모와 오타쿠적 광기를 드러낼 수 있는 장치
- 가부키초 → 야쿠자와 밥의 세계의 가부키초에서의 키류의 거친 삶
실제 장소를 쓰면, 공간의 디테일이 곧 캐릭터의 성격이 된다. 이러한 배경 설정을 할 경우 완전 새로운 창작 도시보다 훨씬 설득력이 높다.
👉 기획 의도: 캐릭터 서사를 공간 디자인으로 보강
4. 팬 경험을 확장시키는 오프라인 동선 설계
이것은 좀 더 사업적 수익적인 관점인데 현실 장소를 쓰는 순간, IP는 디지털을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까지 확장된다.
- 성지순례
- 관광 활성화
- 굿즈 소비
- SNS 공유
오프라인으로까지 넓어지게 경우 이러한 경험들로까지 확장되며 작품은 “게임 플레이 시간”을 넘어 “현실 체험 시간”으로 확장된다.
실제로 슈타인즈 게이트 이후 아키하바라 방문객 증가, 너의 이름은 이후 스가 신사 계단 방문객 증가가 있었다.
👉 기획 의도: IP의 체류 시간을 오프라인까지 확장
이렇게 할 경우 단순한 배경 선택이 아니라, IP 수명 연장 전략이 되게 된다.
5. 현실을 변주함으로써 사회적 메시지를 넣는다
실존 도시를 기반으로 하면, 현실 사회 문제를 은유하기 쉽다.
페르소나 5는 실제 도쿄를 배경으로 하면서 ‘어른 사회의 부패’를 다룬다.
- 도시의 소외
- 청년 세대의 압박
-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
이렇게 배경설정을 할 경우 실존 공간이기에 메시지가 더 날카롭고 더 와닿게 된다.
👉 기획 의도: 현실에 대한 비판을 보다 선명하게 전달
6. “낯익음 + 비일상”의 구조
기획적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것이다. 낯익은 공간 위에 비일상을 얹음으로써 현실을 변주한다.
- 평범한 지하철역 → 시간여행의 출발점
- 평범한 고등학교 → 괴도의 본거지
- 평범한 골목 → 야쿠자 전쟁의 무대
완전히 낯선 세계보다, 익숙한 현실 세계가 변형될 때 플레이어는 더 강한 이질감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쓰는 이유는 단순한 리얼리즘 추구가 아나러, 이것은 공간을 활용한 경험 설계 전략이다.
아마 이번에 내가 도쿄를 걸으며 느낀 감정은 우연이 아니라 이미 개발자들의 기획 단계에서 계산된 확장 경험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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