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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리뷰,감상 정리/영화

[연극리뷰] 연극 "만선" 관극 보고서

by Excidus 2024. 6. 17.

https://blog.naver.com/ntck1234/223064686193

 

[국립극단] 연극 <만선>ㅣ예술가와의 대화

그물을 놔? 바다를 떠나? 어림없는 소리 마라! 지난 3월 26일 연극 <만선>의 '예술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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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만선" - 국립극장 제공

만선을 보면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 세트였다. 배를 타고 고기잡이에 나서는 것을 제한된 연극무대에서 어떻게 연출, 묘사할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연극을 감상했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현대의 연극을 볼 수 있었다. 무대 뒤의 스크린으로 해가 뜨는 것이나 해가 지는 것을 표현하였고 무대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있어서 연극을 보는 내내 어? 저거 저러면 넘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연극이 끝날 때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연극의 후반부, 엔딩에 가서야 왜 그렇게 무대 세트를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는데 결말 부분 폭풍우가 세차게 불고 파도가 몰아치는 것을 무대에 진짜로 직접 물을 내리게 하고 뿌려서 그 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전의 수업 때 같이 본 작품들, 시련이나 오셀로에서도 비 내리는 효과를 위해서 평평한 무대에 방수포를 깔았었는데 그러한 것을 넘어서 기울어진 배 모양의 무대를 준비하면서 물에 대한 연출효과에 대한 대비와 동시에 그들이 안정적인 바닥을 가지지 않고 위태로운 바닥, 배라는 기울어진 바닥에서 살아서 그렇게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무대는 당연하게 직사각형 모양의 무대만을 생각했는데 새롭게 무대라는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초반에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무당이 길수라고 예언하면서 배에 가득 고기가 들어온다 배가 기울어서 들어온다고 이야기했는데 이게 사실은 배가 정상적으로 고기를 잡아서 고기가 가득 들어오는 게 아니라 배가 풍랑을 맞아서 배가 기울어서 기울어서 가라앉은 배에 고기가 가득 찬다는 이야기라서 아 이게 좋은 쪽으로만 해석할 일이 아니었구나 하고 미리 결과를 알고 있어서 이러한 안타까움과 아이러니함이 생겼다. 그리고 연극의 중반부에서 슬슬이와 연철이가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마음을 다잡는 장면에서 연철이가 나 어제 내 목구멍으로 고기가 막 들어오는 꿈을 꿨어 그러니까 고기를 많이 잡을거야!” 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고기를 많이 잡아서가 아니라 연철이가 바다에 빠진다는 예지몽이라서 그 대사도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다.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등의 컨텐츠를 볼 때 자주 과몰입해서 보는데 이번에는 만선에서 곰치를 보면서 나도 곰치처럼 무언가에 지나치게 매몰되어서 주변 사람이나 챙겨야 할 것들을 챙기지 않고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되돌아볼 수 있었다.

또 연극을 보면서 옛날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 까지의 한국영화식 구성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영화의 비극이 전개되기전에는 평화롭고 화목하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가라앉고 진지해지는 그런 구성이 이 연극과 비슷해서 떠올랐었다.

소설로 읽었을때는 굉장히 구시대적인 사고와 낡은 분위기의 옛날이야기라서 엄청 옛날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연극에서는 의복이 생각보다 현대적이라서 시대적 배경을 다시 알 수 있었다. 또한 곰치역을 맡은 배우가 매우 억척스럽고 말 안 통할 것 같은 아저씨를 연기하면서 더 고집스러움이 살아났다.

원작과 달리 이번 상영되었던 연극은 몇몇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그중에 한 예시로는 슬슬이가 자신을 노리던 범쇠와 싸우다가 범쇠 아저씨를 밀쳐서 떨어뜨려서 죽이고 그 뒤에 자신도 목을 매달고 죽는 것으로 변경이 되었다. 이런식으로 원작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 작은 변화일지라도 원작을 훼손하고 원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받아들이거나 왜곡될 수 있어서 이러한 변경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위의 슬슬이에 대한 내용도 수동적인 캐릭터로 아빠인 곰치와 자신을 노리는 범쇠 때문에 안타깝게 계속 흔들리며 고난을 겪다가 죽게되는 불쌍한 캐릭터인데, 원작과 달리 범쇠에게 반항하여서 범쇠를 죽게 만들면서 원작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앞에서 말했듯이 엔딩에서 실제로 물이 떨어지고 파도가 부딪혀서 물이 뿌리는 연출이 인상적이었고 가족이 파탄나어서 두사람만 무대위에 남아서 곰치와 구포댁 둘만 조명을 비추면서 그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강하게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