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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리뷰,감상 정리/책

[북뿜뿜] 『총, 균, 쇠』를 읽고: 문명의 불균형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

by Excidus 2023. 11. 4.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 제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항상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미뤄왔던 책.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어 드디어 『총, 균, 쇠』를 읽게 되었다. 집에 이런 도서는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구입했지만, 늘 앞부분만 읽고 뒷부분은 손도 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면 앞장은 너덜너덜한데, 뒤쪽은 새것처럼 빳빳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끝까지 읽어보자고 다짐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왜 서구 사회가 다른 지역보다 더 발달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단순히 '총, 균, 쇠'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지리적 요인에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지리적 요인이 문명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대륙의 크기와 방향, 기후, 식물과 동물의 종류 등 다양한 요소들이 문명의 발전 속도와 방향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의 발전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농업은 인간에게 정착 생활을 가능하게 했고, 이를 통해 고정된 사회 구조와 복잡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기술적 혁신과 전문직 분야가 생겨나며 사회 구조가 더욱 복잡해졌다. 또한, 동물의 가축화는 우리의 생활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가축화된 동물들로부터 얻은 식량과 노동력은 인간 생활의 효율성을 향상시켰으며, 일부 동물들로부터 전파되는 병원균으로 인해 면역력도 강화되었다.

가로로 긴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기후가 비슷해 농업을 비롯한 여러 문명이 가로로 퍼지기 용이했고, 가축화를 통해 일찍이 병균과도 접촉하게 되면서 면역력이 강화되었다. 이를 통해 발달한 문명은 총과 균, 그리고 쇠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었다. 반면, 세로로 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경도 간의 기후 차이가 커서 농업이 퍼지기 어려웠고, 농업이 퍼지기 어려워 동물들을 많이 잡게 되면서 가축화도 진행되지 않아 병균과의 접촉이 적어져 면역력이 약해져 문명 발달이 어려웠다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시된 이론에는 비판점도 있다. 모든 문명이 같은 패턴으로 발전하지 않았으며, 지리적 요인 외에도 종교나 정치 등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오늘날 세계에서 『총, 균, 쇠』의 주장을 바라보면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를 예상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 같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상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 자체의 지리학적 특성과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새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총, 균, 쇠』는 모든 지역과 문화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이아몬드의 이론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발전한 문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아프리카나 남미 등 다른 지역의 특별한 상황과 역사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 비판점이다. 복잡한 인류 역사의 발전을 지리적인 요건으로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개념은 '지리 결정론'이다. 자원의 위치와 환경 조건이 사회 구조와 기술 획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COVID-19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병원균'이라는 주제는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다. 과거부터 병원균에 많이 노출되어 왔는데, 왜 이번에는 더 어렵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고,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질문하는지에 대한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총, 균, 쇠』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인류 문명의 발전과 그 배경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