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인문학 수업을 듣고 정리한 글이다.
서론: 가상 세계와 새로운 문화의 탄생
게임은 단순한 오락의 영역을 넘어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을 통해 독특한 문화와 커뮤니티를 창조하는 예술적 플랫폼이다. 이러한 특성은 게임이 제공하는 몰입감과 플레이어의 창의적 참여에서 비롯된다. 영화나 문학이 정해진 내러티브를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면,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규칙을 재해석하고 공간을 재구성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인문학적, 사회적 담론을 담는 강력한 매체로 자리 잡는다.
특히, 사이버 민족지(Cyber Ethnography)는 이러한 게임의 문화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새로운 학문적 접근이다. 사이버 민족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가상 공간에서 형성되는 문화를 민족지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며, 플레이어들의 상호작용이 게임의 본질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분석한다. 본 글에서는 'URU: Myst'와 '로스트아크'의 게임 난민사태를 중심으로 사이버 민족지가 가상 세계의 문화적 재창조를 어떻게 조명하는지 살펴본다. 또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며, 게임이 플레이어 중심의 새로운 문화 현상을 창조하는 방식과 그 윤리적 함의를 논의한다.
사이버 민족지: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화 탐구
Online ethnography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Application of ethnographical research methods on the Internet Online ethnography (also known as virtual ethnography or digital ethnography) is an online research method that adapts ethnographic methods to the study of
en.wikipedia.org
사이버 민족지, 또는 온라인 민족지(가상 민족지, 디지털 민족지라고도 함)는 컴퓨터 매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와 문화를 민족지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는 전통적인 민족지가 물리적 공간에서의 문화와 사회를 분석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상 공간에서 플레이어들이 형성하는 독특한 규범, 습관, 그리고 정체성을 탐구한다. 게임은 이러한 사이버 민족지의 이상적인 연구 대상이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개발자가 설계한 코드와 플레이어의 창의적 해석이 상호작용하는 동적 환경을 제공한다.
사이버 민족지의 핵심 질문은 "무엇이 게임의 본질을 정의하는가?"이다. 게임의 코드와 규칙일까, 아니면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플레이 방식과 문화일까? 이 질문은 'URU: Myst'의 후속작인 MMO 퍼즐 게임과 '로스트아크'의 게임 난민사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두 사례는 플레이어들의 이주와 상호작용이 게임의 본질을 어떻게 재정의하는지를 보여주며, 사이버 민족지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게임 난민사태: 플레이어에 의한 문화 재창조
URU와 There.com: 이주와 게임의 변질
'URU: Myst'의 후속작인 MMO 퍼즐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몰입감 있는 퍼즐과 내러티브를 제공하며 독특한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그러나 게임의 서비스가 불안정해지자, 많은 플레이어들이 다른 가상 세계인 'There.com'으로 이주했다. 'There.com'은 자유롭게 환경을 수정하고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는 샌드박스 스타일의 플랫폼으로, URU 플레이어들의 유입은 이 공간의 문화를 크게 변화시켰다. URU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게임 습관과 플레이 스타일을 'There.com'에 도입하며, 기존의 게임 규칙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커뮤니티 규범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게임의 룰은 무엇인가?" URU의 내러티브 중심 퍼즐 게임 방식일까, 'There.com'의 자유로운 수정 가능성일까, 아니면 플레이어들이 형성한 고유한 문화와 습관일까? 흥미롭게도, 게임의 코드는 변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플레이어 집단의 유입으로 게임성이 변질되었다. 이는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성이 게임의 본질을 재정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스트아크: 새로운 플레이어와 시스템의 혁신
2021년 로스트아크 이주 대란
2021년 초 많은 RPG들에서 사건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는데, 이 때문에 염증을 느낀 유저들이 대체재를 찾아
namu.wiki
비슷한 현상은 한국의 MMORPG '로스트아크'의 게임 난민사태에서도 관찰된다. 특정 타겟 유저들의 대규모 이주로 인해 기존 플레이어들은 게임의 정체성이 변질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주한 플레이어들은 염색 시스템과 꾸미기 시스템에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며, 기존에 간과되었던 창의적 가능성을 발굴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독창적인 색상 조합과 디자인을 적용하며, 커뮤니티 내에서 새로운 미적 트렌드를 창조했다. 이는 게임의 핵심 메커니즘이 바뀌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의 창의적 참여가 게임의 문화를 혁신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 두 사례는 사이버 민족지의 핵심 주제를 잘 보여준다. 게임은 개발자가 설계한 코드와 규칙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의 행동, 선택, 그리고 상호작용은 게임 공간을 새로운 문화적 장으로 재구성하며, 때로는 개발자의 의도를 초월하는 새로운 게임성을 창조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 시뮬라크르와 게임의 본질
사이버 민족지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개념인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Simulacrum)를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 시뮬라크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처럼 느껴지는, 때로는 현실보다 더 생생한 이미지를 뜻한다. 게임은 시뮬라크르의 전형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포켓몬 고'와 같은 증강현실 게임은 가상 캐릭터를 현실 공간에 겹쳐 보여주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정여름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라이아이'는 이러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탐구한다.
그라이아이: 주둔하는 신 — 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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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ff.kr
다큐는 포켓몬 고를 통해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104년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용산 미군 기지를 배경으로 가상의 정의를 질문한다. 용산 기지 내부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미국 생활을 재현한 세트장 같은 풍경을 띠며, 현실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이다. 여기서 핵심 질문은 "무엇이 진정한 가상인가?"이다. 포켓몬 고의 디지털 몬스터일까, 출입이 제한된 용산 기지의 물리적 공간일까, 아니면 세트장처럼 연출된 기지의 풍경일까?
이 질문은 게임과 사이버 민족지에 적용될 수 있다. 게임은 접근 가능한 가상 공간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반면, 접근 불가능한 현실(예: 용산 기지)은 오히려 가상처럼 느껴진다. 이는 게임이 단순한 디지털 콘텐츠를 넘어, 플레이어의 인식과 경험을 재구성하며 새로운 정신적 상태를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게임의 상호작용성과 문화적 가능성
URU와 로스트아크의 사례에서 보듯, 게임은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적 플랫폼이다. 개발자가 설계한 코드와 메커니즘은 게임의 기본 틀을 제공하지만, 플레이어들의 창의적 해석과 행동은 그 틀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이는 게임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플레이어와 개발자가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동적 예술 공간임을 보여준다.
사이버 민족지는 이러한 게임의 상호작용성을 학문적으로 분석하며, 가상 세계에서 형성되는 커뮤니티와 문화의 복잡성을 조명한다. 예를 들어, URU 플레이어들이 'There.com'에서 새로운 규범을 형성한 과정은, 민족지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하나의 '디지털 이주'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로스트아크의 난민사태는 플레이어 집단 간의 문화적 충돌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게임 미학이 탄생한 사례로 분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재창조에는 윤리적 고민이 따른다. 게임은 종종 특정 지역이나 문화를 배경으로 삼으며, 이는 때로 현실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반영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게임이 제3세계 국가나 전쟁터를 배경으로 설정하는 경향은 폭력을 '외부화'하여 플레이어에게 안전한 거리에서 소비되도록 만드는 구조를 드러낸다. 사이버 민족지는 이러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탐구하며, 게임 디자인이 보다 포용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결론: 게임, 문화와 철학의 새로운 지평
사이버 민족지는 게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플레이어의 행동과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플랫폼임을 보여준다. 'URU: Myst'와 '로스트아크'의 게임 난민사태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코드를 바꾸지 않고도 새로운 플레이 방식과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는 게임의 상호작용성이 단순한 메커니즘을 넘어, 플레이어의 창의성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강조한다.
게임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시뮬라크르와 같은 철학적 개념을 통해 우리의 인식과 경험을 재구성한다. '포켓몬 고'와 용산 기지의 사례는 가상이 현실보다 더 생생할 수 있으며, 접근 가능한 가상 공간이 오히려 현실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이버 민족지는 게임이 단순한 디지털 콘텐츠를 넘어, 새로운 정신적 상태와 문화적 현상을 규정하는 매체임을 밝힌다.
결국, 게임은 플레이어와 창작자가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동적 예술 공간이다. 사이버 민족지는 이러한 게임의 가능성을 학문적으로 탐구하며, 가상 세계에서 형성되는 커뮤니티와 문화의 복잡성을 조명한다. 그러나 게임이 특정 지역이나 문화를 재현하는 방식은 윤리적 질문을 제기하며, 이는 앞으로 게임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앞으로도 게임이 사회적, 철학적 담론을 담는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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